2025년 현재 미국의 무역정책은 ‘규범 기반’보다는 ‘결과 중심’의 자국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흐름은 WTO(세계무역기구) 분쟁사례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트럼프 1기(2017~2020)와 바이든 정부(2021~2025)를 거쳐 현재 트럼프 2기(2025~)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WTO 분쟁해결기구(DSB) 시스템을 점점 회피하거나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미국의 WTO 제소·피소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미국 무역정책의 흐름과 기업에 미치는 시사점을 정리합니다.
반덤핑·상계관세 분쟁: 미국의 일관된 보호무역 기조
미국은 2000년대 이후 WTO에서 가장 많은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를 시행한 국가 중 하나이며, 이로 인해 가장 많은 피소 이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한국, EU 등이 제기한 미국의 계산방식 문제, 조치기간 과도 문제 등이 포함됩니다.
핵심 분쟁 사례:
- DS294 (EU vs USA): 미국의 ‘제로잉(Zeroing)’ 방식이 WTO 협정 위반으로 판정
- DS296 (한국 vs USA): 현대자동차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제소, 한국 승소
- DS471 (중국 vs USA):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일괄 관세 적용 제소, 중국 승소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과도한 계산방식 또는 절차적 정당성 부족을 문제삼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로잉’ 방식은 WTO에서 반복적으로 패소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행정부마다 수정을 지연하거나 대체 규정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이행을 회피해 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WTO 법리보다 국내 정치 및 산업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무역정책의 실질적 변화 없이 규범 회피가 강화되는 흐름을 반영합니다.
보복관세 및 일방조치: WTO 체제의 도전과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WTO 체제의 핵심인 다자규범을 점점 무시하고, 독자적 보복조치를 통해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부터 시행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및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광범위한 보복관세입니다.
대표 제소 사례:
- DS544 (중국 vs USA): 301조 관세 조치 제소, WTO 위반 판정 → 미국 불복
- DS548 (EU vs USA):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관세 제소
- DS561 (터키 vs USA): 보복관세 적용에 대한 이의 제기
이러한 사례에서 WTO는 일관되게 미국 조치의 위법성을 인정했으나, 미국은 이에 불복하거나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미국은 사실상 WTO 분쟁판정 보고서 수용을 거부하며, 항소기구(Appellate Body)의 인준을 거부해 그 기능 자체를 정지시킨 상태입니다.
이는 미국이 WTO를 자국의 무역 전략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는 활용하되, 불리한 규범에는 동의하지 않는 선택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다자무역체제 자체의 존립에도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정책 흐름: 트럼프 2기의 WTO 회피 전략과 시사점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은 WTO 시스템의 법적 권위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WTO 판정 무력화 전략을 공식화하며, 자국에 불리한 판정에 대해 ‘국가안보 예외’를 명분으로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현 정부 주요 흐름:
- WTO 항소기구 복구 논의 공식 반대
- 양자 협상 중심의 통상 분쟁 조정 제도 구축 추진
- IPEF, USMCA, CPTPP 등 WTO 외 다자틀 선호
- 국가안보 예외(National Security Exception) 확장 적용
이와 같은 정책은 WTO 규범에 의존해온 중소기업, 수출업체, 개발도상국들에게 불리한 구조로 작용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자국 시장 우선 원칙에 기반한 선별적 무역 혜택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철강·배터리·디지털서비스 등에 대해 자의적 보복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WTO 분쟁사례와 현재 정책 흐름은 자국 중심 통상 전략의 강화, 다자체제의 제한적 활용, 규범보다 실익 우선이라는 뚜렷한 기조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기업과 정부는 WTO 기반 통상 질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국과의 양자 협상 채널 확보, 규제 변화에 따른 선제 대응, 전략물자 수출통제 및 로컬 규정 분석 역량 강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