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2022년 발효 이후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과 정책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현재, IRA에 명시된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은 북미 생산, 우방국 조달, 외국 우려 기업 배제 등의 조건을 포함하면서, 한국, 일본, EU 등 동맹국의 산업 전략에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맹국과의 기술협력 및 공동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맹국들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 중입니다.
IRA 보조금 정책과 동맹국 대응
IRA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하여 생산지 요건과 원자재 조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한해 소비자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를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EU 등은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 한국: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북미 가공라인 및 원산지 검증 시스템을 강화 중입니다.
- 일본: 파나소닉은 네바다, 캔자스 등에 배터리 제조시설을 운영 중이며, IRA 보조금 대상 인정국으로 일본이 공식 포함됨에 따라 소재 조달과 인증체계를 미국 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 유럽연합(EU): EU 역시 미국의 IRA 보조금이 자국 기업에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대응법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북미 진출을 강화하고 유럽 내 원자재 자립 정책(CRMA)과 연계하여 협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보조금 대응을 넘어, 미국과의 경제안보 파트너십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략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 협력과 전략광물 조달 체계 구축
IRA는 배터리 핵심광물(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의 조달처를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은 광물 수입 경로 다변화 및 가공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 한국: 한국 정부는 호주, 칠레, 인도네시아 등과 전략광물 공급 MOU를 확대 체결하며, 'K-배터리 동맹'을 통해 광물 생산부터 가공, 수출까지 전주기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 일본: JOGMEC(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공사)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남미 광물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 중이며, 미국과의 전략광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장기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 EU: EU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기반으로 아프리카·남미 국가들과의 채굴권 확보, 역내 정제시설 확충을 진행 중이며, 미국과의 상호인정 협정을 통해 IRA 요건을 간접적으로 충족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공급망 협력은 단순한 소재 조달을 넘어, 동맹국 간 광물 가공 및 추적 인증 시스템까지 연결되며, IRA가 제시한 '우방 중심 공급망 재편'이라는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 및 산업전략 연계 확대
IRA 이후 미국과 동맹국 간 배터리 기술 및 제조 프로세스의 공동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OEM 생산을 넘어서, 공동 연구개발, 설계-조립 통합, 북미 내 현지화를 포함한 포괄적 산업전략의 일환입니다.
대표적 사례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얼티엄 셀즈’ 합작법인이 있으며, 이들은 미국 내 배터리 제조는 물론 향후 재활용(RVBAT), 2차 소재 정제,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등 고부가가치 분야까지 확장 중입니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며, 미국 내 AI 기반 공정관리 및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한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동맹국 기업에 기술보조금, 인프라 투자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단순 제조기지 역할에서 탈피한 ‘공동 혁신 플랫폼’ 구축을 독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술표준 통일과 연구데이터 공유 등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IRA는 동맹국과의 ‘단순 조달-생산’ 관계를 넘어, 전략적 기술 연합체 수준의 산업 동맹을 형성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구조는 반도체, 수소, 항공우주 등 여타 첨단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IRA 이후 배터리 동맹국 전략은 보조금 수혜 확보에서 시작하여, 광물 공급망 재편, 기술이전, 공동투자, 산업표준 통합 등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경제안보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기업과 정부 모두 중장기적 전략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배터리 동맹국들은 IRA 요건에 대응하면서도, 미국 시장 내 고부가가치 기술 협력과 산업 리더십 확보를 위한 포지셔닝 전략을 강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