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은 2022년 발효 이후, 미국 내 청정에너지 산업과 친환경 제조업 재편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IRA는 10년간 약 3,700억 달러 이상의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수소, 반도체 등 전략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까지도 글로벌 공급망과 통상환경을 바꾸는 주요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IRA 보조금의 특징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생산 조건, 원산지 요건, 조립 위치, 공급망 투명성 등을 전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산업별로 수혜 대상과 배제 구조가 명확히 구분되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기차 산업: 북미 조립 및 광물 요건에 따른 수혜 편차
IRA는 전기차(EV)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최종 조립이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
- 배터리 핵심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이 FTA 체결국에서 채굴·정제되어야 함
- 배터리 구성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되어야 함
- ‘우려국(CFE)’으로 지정된 중국, 러시아 등 원산 부품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
이로 인해 한국산 전기차는 북미 공장에서 조립되지 않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으며, 현대차·기아는 이에 대응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조기 건설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현대·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하여 IRA 요건 충족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IRA는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라 북미 중심의 EV 공급망을 유도하는 ‘시장 허가 요건’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진출 시 ‘보조금 수령 자격 확보’를 핵심 전략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배터리 및 핵심광물 산업: 현지 생산 장려와 탈중국 전략 강화
배터리 산업은 IRA의 가장 큰 수혜 산업 중 하나입니다. 배터리 셀과 모듈 생산에 대해 생산세액공제가 적용되며, IRA는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보조금을 제공합니다:
- 배터리 셀 생산: kWh당 최대 35달러
- 배터리 모듈 생산: kWh당 최대 10달러
- 정제된 핵심광물(리튬, 니켈, 코발트 등): 톤당 기준의 생산 보조금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미국 내 합작 생산 법인을 통해 보조금 수혜 구조를 확보했으며, 한국 내 정제된 광물도 한-미 FTA와 2023년 체결된 광물협정을 통해 IRA 요건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광물 가공·소재 기업들도 미국 수출 확대 및 현지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광물 공급망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IRA는 명시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법적 장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FTA 체결국 또는 미국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다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산업: ITC, PTC, 보너스 보조금의 복합적 구조
IRA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해 투자세액공제(ITC), 생산세액공제(PTC), 그리고 보너스 보조금의 세 가지 지원 형태를 제공합니다.
- ITC: 프로젝트 투자액의 최대 30% 환급
- PTC: 생산량(MWh 기준)에 따른 단가 지원
- 보너스 보조금: 미국산 부품 사용, 노동기준 충족, 저소득층 지역 설치 시 최대 10~20% 추가 인센티브
이로 인해 한화솔루션, OCI 등 한국 태양광 관련 기업은 미국 내 생산 확대 및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CS윈드, LS전선 등 풍력 관련 기업들도 미국 내 해상풍력 시장 대응을 위해 법인 설립 및 공장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IRA 시행 이후 연방·주 단위 조달 사업에서도 IRA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조달 연계형 보조금 시장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품 원산지 추적, 노동기준 준수 등 새로운 대응 요건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산업별 IRA 보조금 영향 종합 비교
| 산업군 | 지원형태 | 주요 요건 | 한국 기업 영향 |
|---|---|---|---|
| 전기차 | 세액공제 (최대 $7,500) | 북미 조립 / FTA 광물 | 현대차, 기아 북미 공장 조기 착공 |
| 배터리 | 생산보조금 (최대 $45/kWh) | 미국 내 셀·모듈 생산 | LGES, SK온, 삼성SDI 합작법인 |
| 태양광 | ITC·PTC + 보너스 | 미국산 부품 / 저소득층 설치 | 한화, OCI 현지 생산 확대 |
결론: IRA는 산업구조 재편을 촉진하는 전략적 보조금 법제
IRA는 단순한 친환경법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안보·기술독립·공급망 내재화를 복합적으로 추구하는 산업전략 법제입니다. 산업별로는 명확한 지원 조건과 배제 조건이 병존하며, 보조금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을 정책적으로 설정해 시장 질서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IRA 구조에 발맞춰 북미 현지화, 광물 공급망 다변화, 인증체계 구축 등의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세부지침 대응, 투자지원, 통상협의를 병행 추진 중입니다. 향후 한국은 IRA를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공급망 리더십 확보 전략과 연계해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