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2023년부터는 전환기적 ‘보고 의무’가 시작됐으며, 2026년부터는 실제 비용 부과가 적용됩니다. 이는 세계무역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기후 정책으로, 특히 유럽 시장에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수소 등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CBAM의 핵심 내용과 의미, 그리고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CBAM이란 무엇인가: 탄소규제의 글로벌 확장
CBAM은 EU 역내에서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역외국(비EU국가)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도 동일한 탄소비용을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하고, EU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글로벌 감축 유도를 위한 장치입니다.
도입 배경:
- EU ETS(배출권거래제) 강화에 따라 역내 제조원가 상승
- 탄소가 규제되지 않는 국가로 생산 이전 시 ‘탄소누출’ 발생
- 이를 막기 위해 수입품에도 탄소비용 부과 필요
적용 품목 (2026년 기준):
- 철강 및 철강제품
- 알루미늄
- 시멘트
- 비료
- 전기
- 수소 (신규 포함)
부과 방식:
- 수출업체는 제품 생산 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고
- EU 평균 배출권 가격(2026년 기준 약 90~100유로/톤)에 따라 CBAM 인증서 구매 의무
- 이미 본국에서 탄소세 또는 ETS를 납부한 경우 해당 비용만큼 차감 가능 즉, CBAM은 단순한 무역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탄소규제의 외연 확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2. 한국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 철강·화학·전기 업종 직격탄
CBAM은 특히 EU 시장 비중이 높은 국내 제조업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산업별로 구체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① 철강 산업:
- 한국 전체 철강 수출 중 약 12~15%가 EU향
- 제철 공정 중 고로(高爐) 방식은 탄소배출이 많아 불리
- 전기로(EAF)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수소환원 제철 기술 개발 필요
-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저탄소 기술투자 확대 중
② 알루미늄 및 시멘트:
- 전력 사용량이 많고 공정상 간접배출 비중 높음
- RE100(100% 재생에너지) 대응과 친환경 인증 필요
- 국내 전력의 탄소배출계수(약 400g/kWh 이상)가 EU보다 높아 불리
③ 전기 및 수소 관련 수출:
- 전기는 한국에서 EU로 직접 수출되지 않지만, 전력 기반 제조품(배터리, 반도체 등)에 간접 영향
- 수소는 그레이(화석 기반) 방식일 경우 불리, 그린 수소(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경쟁력 확보 필요
예상 대응 비용:
- 철강 1톤당 약 2톤 CO₂ 배출 가정 시, CBAM 부담은 약 200유로 이상
- 중견기업에게는 수출 수익의 최대 10~20%에 해당하는 비용 증가 CBAM은 한국 수출기업에게 ‘제2의 관세’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부담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전환을 압박하는 신호탄입니다.
3. 대응 전략 및 향후 과제: 탄소정보 투명성과 산업 구조개편
CBAM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적응과 중장기 산업전환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아래와 같은 대응 전략을 구축 중입니다.
1) 탄소배출 데이터 정비:
-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 기준 정비 필요
- ‘제품 탄소발자국(CFP)’ 인증 시스템 확장
- EU 기준에 맞춘 MRV(측정·보고·검증) 체계 구축
2) 수출기업 지원 제도 마련:
- 산업부·환경부 중심 탄소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원
- 중소기업 대상 CBAM 컨설팅 및 인증 지원 확대
- 녹색보증제도 및 친환경 설비 전환 보조금 확대 필요
3) 산업 구조전환 가속화:
- 고탄소 산업의 공정 전환: 전기로·CCUS·그린수소 등 기술 투자
-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실현 기반 구축 및 전력계통 안정화
- 친환경 원자재 확보: 제3국 저탄소 원료 수입 및 공급망 전환
4) 국제 협력과 대응 외교 강화:
- 한-EU 간 탄소정보 상호인정 제도 협상 필요
- 동아시아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일본·중국 등 주요 수출국과 연계)
-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대비 법적 검토 병행 CBAM은 탄소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장벽’이자 ‘새로운 무역규범’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재편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CBAM의 본격 도입은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닌,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제 수출 경쟁력은 가격이나 품질만이 아니라 ‘탄소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한국 기업은 단순한 대응을 넘어, 저탄소 기술혁신과 친환경 공급망 구축을 통해 EU뿐 아니라 전 세계 탄소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기업의 구조전환을 위한 법제도·재정·외교적 지원에 보다 과감히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