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한국과 중국의 통상관계는 ‘협력’과 ‘경쟁’, ‘의존’과 ‘탈중국’이 교차하는 복합적 재편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과거 20여 년간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서 전략적 파트너였지만, 미중 패권경쟁 심화, 중국 내수 중심 전환, 공급망 재편, 기술 독립 노선 등의 영향으로 양국의 통상관계는 점차 구조적 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철강,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에서의 경쟁 심화, 수출입 규제의 불확실성, 정책적 탈동조화가 가속화되며, 한국 기업은 전략적 대응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변수로 끝나지 않고, 향후 10년 이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1. 수출규제와 통관 리스크 확대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자립화를 위해 수출입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기업도 예상치 못한 통관 지연, 수출입 허가제 적용 등의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 희토류·흑연 등 전략물자: 중국은 2023년 이후 흑연,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자원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며 외교·산업 지렛대로 활용
- 비관세 장벽 확대: 기술 인증, 환경 기준, 내수보호성 규정 강화로 인한 수입 차단 효과 발생
- 통관 리스크: 정치·외교적 이슈와 연계된 통관 지연, 세관조사 강화 사례 지속
예를 들어,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은 위생허가 지연 및 라벨 규정 강화로 인해 출하가 중단되거나 재검토를 요구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물류비용 상승, 납기 지연, 계약 불이행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사전 대응 체계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ESG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일부 제품의 수입 제한이 이뤄지기도 하여, 기술과 규범 측면 모두에서 철저한 사전 검토가 요구됩니다.
2. 산업경쟁 심화: 과거 협력 → 현재 라이벌 구조
한중 산업관계는 과거에는 ‘한국 기술 + 중국 제조’의 협력모델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 등 전략산업 전반에서 경쟁구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 반도체: 중국 SMIC, YMTC 등이 국산화와 기술 내재화에 집중, 한국의 고급 공정 기술 우위 유지 중이나 추격 압박 지속
- 배터리: CATL, BYD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선두. LFP 배터리 등 가격경쟁력 앞세워 한국산 배터리와 경쟁 격화
- 디스플레이: BOE, TCL 등 중국 패널업체의 투자확대로 LCD 시장은 이미 중국 주도권 확보
특히 중국 정부의 대규모 산업보조금, 국유기업 중심의 내수 독점 구조는 한국 기업의 현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의 철수 또는 설비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국은 자체 기술표준 확산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규범 주도권까지 노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단순한 가격경쟁을 넘어 '기술·규범 패권'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3. 한중 통상 재편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대응
한중 통상관계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 시장 다변화: 동남아, 인도, 중동, 유럽 등 대체 수출시장 개척을 통한 중국 의존도 축소
- 중간재 중심 전략 전환: 중국 내수산업의 고도화에 대응해 B2B 중간재, 핵심소재 중심의 수출 강화
- 기술 협력 선별적 접근: 국가안보·기술보호 이슈가 있는 분야는 전략적 분리, 기타 분야는 상호보완 강화
- 통상 모니터링 체계 구축: 중국의 수출입 규제 동향, 산업정책 변화, 비관세 장벽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 마련
또한 한국 정부는 RCEP, 한중 FTA, CPTPP 등 다자간 통상협정을 활용해 제도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수출보험, 리스크 완화금융, 통관대응 컨설팅 등 기업 지원제도를 고도화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KOTRA, 산업부, 무역협회 등이 합동으로 중국 통상리스크 대응센터를 운영하며 업계의 대응을 지원 중입니다. 대중국 통상은 완전한 디커플링보다는 ‘전략적 리밸런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 한중 관계는 전환기, 대응은 구조화
한중 통상관계는 더 이상 과거의 일방적 협력 구조가 아닌, 기술·산업·규범 측면에서 경쟁과 견제가 혼재된 복합적 관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 전환기에 한국 기업과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되, 전략적 산업과 품목에서는 기회를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균형전략이 필요합니다.
2025년 이후의 통상질서는 지정학, 기술패권, ESG 규범이 동시에 작용하는 고차방정식과 같으며, 중국과의 관계 역시 정치적 감정이 아닌 데이터 기반, 산업 구조 중심의 실질적 분석을 토대로 대응 전략을 고도화해 나가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한중 양국이 협력을 지속하되, 기술과 규범 경쟁 속에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통상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다자 틀 속 협상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