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미국은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을 통합해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CHIPS and Science Act, UFLPA(강제노동방지법), 무역법 301·232조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배터리와 반도체는 미국 정책의 핵심 적용 대상이며, 이에 따라 삼성, LG, SK 등 한국 기업은 생산 전략, 투자계획, 공급망 구조 등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미국 통상정책이 배터리·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별 대응 사례, 향후 전략을 집중 분석합니다.
1. IRA와 배터리 산업: 보조금 수혜 조건의 이중 장벽
IRA는 미국 내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 세액공제 및 보조금을 제공하는 법으로, 배터리 산업은 가장 직접적인 수혜와 규제를 동시에 받는 분야입니다.
핵심 조건:
- 미국 내 최종 조립
- 핵심광물의 50% 이상 FTA 체결국(또는 미국) 생산
- 배터리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FTA국 생산
- 중국 등 ‘우려국’ 원산지 사용 금지 (2025년부터 단계 적용)
한국 기업 대응 사례:
- LG에너지솔루션: GM·혼다와 합작 → 오하이오·미시간 배터리 공장 가동
- 삼성SDI: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 공장 착공 → 2025년 IRA 보조금 조건 대응
- SK온: 포드와 조지아 공장 협력 → 부품 국산화율 및 조립 요건 동시 충족 전략
이러한 전략은 미국 내 생산으로 보조금 대상 자격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설계 노력을 포함합니다. 하지만 중소 부품 협력사까지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워, 산업 전반에 공급망 조정 비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2. CHIPS 법과 반도체 산업: 지원과 통제의 공존
CHIPS and Science Act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복원과 기술 패권 강화를 위한 법률로, 미국 내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제공합니다. 반면, 중국 내 투자 제한, 수익공유, 기술이전 금지 등 통제 조항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한국 기업의 주요 대응:
-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이상 투자 → 파운드리 공장 건설
- SK하이닉스: 미국 내 패키징, R&D 센터 구축 검토 중
핵심 이슈:
- 중국 내 기존 공장의 장비 교체·확장 제한 문제 (특히 D램·낸드 라인)
- CHIPS 보조금 수령 시 수익공유 및 회계 공개 요건 대응 필요
- 미국 정부의 기술 통제 기준 강화 → 장기적인 기술 자율성 제한 우려
결국 CHIPS 법은 단순한 지원이 아닌 ‘미국 중심의 기술 블록화 전략’의 일환이며,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 시장 진출과 중국 내 사업 유지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전략 수립이 요구됩니다.
3. UFLPA와 공급망 투명성 이슈
UFLPA는 인권 보호를 이유로, 중국 신장 지역과 연관된 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 제한하는 법입니다.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희토류, 흑연, 실리콘 등 신장 연계 원자재가 포함된 경우 CBP(세관국경보호청)의 통관 보류가 발생합니다.
실제 사례:
-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 소재에서 중국산 흑연 포함 → 입증 책임 전가
- 패키징 소재 중 신장산 실리콘 포함 의심 → 보류 후 서류 요구
CBP는 단순 원산지증명서만으로는 통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공급망 전수조사 수준의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협력사 원자재까지 원산지 추적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4. 향후 대응 전략과 정책 변화 예측
IRA와 CHIPS는 장기적인 정책으로 제도화되었으며,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기본 방향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기업은 이 구조에 맞춰 다음과 같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조립·가공 공정 현지화로 보조금 수혜 지속
- 공급망 리디자인: 중국산 원재료 대체 + FTA국 중심 부품 소싱 전환
- 통관·문서 대응팀 강화: UFLPA, CBP 대응용 서류 세트 사전 구축
- 계약서 구조 변경: 미국 고객사와 IRA 기준 관련 조항 명확화
- 정부와 공동 대응: 세제 혜택, 통관 애로 해소 위한 양국 채널 활용
또한, IRA의 핵심광물 요건은 2027년까지 단계 강화될 예정이므로, 향후 수급 불균형이나 보조금 회수 리스크까지 고려한 전략이 요구됩니다.
결론: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책 대응력이 경쟁력이다
한국산 배터리와 반도체는 기술력과 품질에서 글로벌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새로운 통상정책 환경에서는 ‘정책 대응력’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IRA와 CHIPS는 혜택과 동시에 구조적 조건을 부여하며, UFLPA는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을 요구합니다.
이제는 제품 성능뿐만 아니라 원산지 구조, ESG 기준, 통관 문서, 정책 준수 시스템이 모두 통상 경쟁의 조건이 되며, 이를 내재화한 기업만이 미국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술에 정책을 더한 전략, 그것이 2025년 이후의 해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