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미국의 통상정책은 다시 한번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에 이어 2기에도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반으로 통상법을 적극 해석하며, 미국 내 산업 보호와 전략 경쟁 강화를 위한 무역수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통상법의 핵심 조항인 무역확장법 232조, 통상법 301조에 대한 해석 방식이 전례 없이 확장되었으며, Buy American 조항과 연계하여 사실상 보호무역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WTO 중심의 다자주의 통상 규범과 충돌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법 해석 변화와 그에 따른 규범 체계 재구성을 분석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대응 방향을 제시합니다.
1. 주요 통상법 조항의 확장적 해석 경향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통상법의 국가안보 조항, 보복성 조항을 단일 국가 이익 중심으로 적극 해석하며 통상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① 무역확장법 232조 (Trade Expansion Act of 1962)
- 수입 제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독자적 관세·수입 제한 가능
- 1기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 부과 (2018)
- 2기에는 반도체 장비, 전략광물 등까지 적용 가능성 확대
- 안보 개념의 포괄적 해석 → 경제안보도 포함
② 통상법 301조 (Trade Act of 1974)
-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대통령이 보복 조치 가능
- 1기 당시 중국에 대해 3,700억 달러 규모 관세 부과에 사용
- WTO 분쟁해결 절차를 우회하며 독자적 대응 수단으로 활용
③ Buy American Act 해석 강화
- 조달·보조금·입찰에 있어 미국산 부품·조립 의무 강화
- 2025년 기준 미국산 비율 75% 이상 요구
- FTA 체결국에도 내국민대우 예외 적용 확대
이러한 해석 확장은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한 실질적 장치로 작용하지만, 동맹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2. 규범 체계의 다자주의 약화와 WTO 회피 전략
트럼프 행정부는 WTO를 '미국 산업에 불리한 체제'로 간주하며, 사실상 WTO 체제 밖에서 통상질서를 재편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① WTO 분쟁해결기구(DSB) 무력화
- 미국, 상소기구 위원 임명 거부 → 2024년 현재도 마비 상태 유지
- 분쟁해결이 안 되므로 미국은 독자적 통상 조치 지속 가능
② 통상법 조항 우선주의
- 232조·301조 등 미국 내 법령 우선 적용
- WTO 규범보다 국내법 해석을 기준으로 삼음
③ FTA의 전략적 활용
- 한미 FTA 등 양자 협정은 유지하되,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적용
- 내국민대우 예외, 원산지 기준 강화 등 실효성 약화 시도
이러한 접근은 통상규범의 국제적 일관성을 해치며, 제3국 기업 입장에서는 정책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실질적 차별 대우를 받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한국 기업 및 정부의 통상 전략적 대응 방향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법 해석 확장과 규범 체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전략적인 정부 대응과 민간의 사전 리스크 관리를 병행해야 합니다.
① 법률 기반 대응 역량 강화
- 무역확장법 232조·통상법 301조의 적용 조건과 사례 분석
- 통상전문 로펌 및 협회 활용한 자문 체계 구축
② 통상외교 채널 다각화
- 한미FTA를 활용한 예외 조항 협상 지속
- 공동 대응 가능한 우방국(EU, 일본, 캐나다 등)과 협력
③ 조달·보조금 수혜 조건 충족 전략
- 미국 내 생산·조립 구조 구축을 통한 Buy American 대응
- IRA, CHIPS 등 보조금 조건에 따른 현지화 전략 수립
④ WTO 및 다자체제 지지 기반 유지
- WTO 규범에 부합하는 입장 견지
-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제도적 균형 견지
장기적으로는 통상법 자체를 무역장벽 수단으로 활용하는 미국의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경제·법률 복합적 시각의 전략 수립이 필수적입니다.
결론: 미국 통상법은 보호주의를 제도화하는 도구로 진화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법 조항을 ‘국제무역 규범 준수 수단’이 아닌, ‘미국의 전략적 산업정책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는 통상정책의 규범 체계를 실질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자주의 약화, 자의적 조항 해석, 제도적 보호무역 강화는 세계 통상질서에 구조적 긴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은 이러한 변화에 맞서 국제법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실무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통상 대응 공동체”를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의 통상환경은 법의 해석 방식이 정책 효과를 결정하는 시대이며, ‘규범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규범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