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일본과 한국은 각각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목표를 향해 기후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정책 설계 방식과 산업 대응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제, 재정지원, 산업계 유도 방식 등에서 상이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 구조를 ①정책 체계 및 법제, ②산업 전환 및 기술 전략, ③국제 통상 및 탄소정보 대응 측면에서 비교하고, 기업과 정책입안자에게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1. 정책 체계 및 법제 구조 비교
양국 모두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지만, 법제화 방식과 정책 운용 체계에서 구조적 차이를 보입니다.
① 일본: 장기 전략 기반의 유연한 정책 운용
- ‘그린성장전략’ 중심: 14개 핵심 산업 분야별 로드맵 마련
- 탄소중립 목표는 선언적 법률에 기반하되, 부처별 세부 지침 중심 운영
- 국가 주도의 규제보다는 ‘민간 주도 기술혁신 유도’에 초점
- 수소·암모니아 등 신에너지 집중 육성
② 한국: 기후기본법 중심의 법적 강제력 강화
-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2021) → 2030 NDC 법적 근거 마련
- 국가·지자체·기업 모두에 이행 의무 존재
- 기후위기 대응 기본계획, 탄소중립 시나리오 체계적 설계
- 행정중심의 통합운영 체계 → 환경부 중심의 정책 조정
즉, 일본은 민간의 자율성과 기술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는 반면, 한국은 법적 강제와 제도 중심의 접근을 통해 이행력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2. 산업 전환 및 기술 전략 비교
탈탄소화를 위한 산업 정책 방향도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기술선도형 모델과 구조개편형 모델로 나뉘는 양상을 보입니다.
① 일본: 탄소 저감 기술 중심 산업 전략
- 수소환원제철, CCUS(탄소포집저장), 탄소순환기술 집중 투자
- 그린이노베이션펀드(2조엔) 통해 대기업 R&D 지원
- 자동차 산업은 EV보다 하이브리드·수소차 기술 유지
- 핵심 부품·소재 내재화 통한 공급망 안정 강조
② 한국: 탄소집약 산업의 구조개편 중심
-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고탄소 업종 중심 감축 목표 설정
- 탄소중립 R&D 로드맵 및 산업기술 R&D 예산 확대(연 10조원 이상)
-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 EV 보급 확대 중심
- 중소기업 대상 온실가스 감축 설비지원, 스마트공장 연계
일본은 핵심기술 선도를 통한 글로벌 기술표준 주도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은 산업구조 자체의 전환과 탈탄소 설비 확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3. 통상 대응 및 탄소정보 공개 정책 비교
탄소중립은 국내정책뿐 아니라 수출 중심 국가로서 통상 대응 전략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CBAM, EPD, ESG 공시 등 글로벌 규범 대응 방식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① 일본: 국제표준 연계 및 상호인정 전략
- ISO, IEC 등 국제기구 참여 통해 기술표준 공동 주도
- 유럽과의 탄소정보 상호인정 협정 협상 중
- 탄소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LCI DB) 구축 완료
- 기업 자율 공시 유도 → 후지쯔, 도요타 등 글로벌 인증 선도
② 한국: 국내기준 정비 및 글로벌 호환성 강화 중
- 탄소정보 공개 의무화 추진 (대기업 → 중견 확대)
- 환경제품선언(EPD) 제도 고도화 및 국제 연계 강화 중
- EU CBAM 대응 위해 철강·알루미늄 분야 LCA 기반 정보 구축 확대
- K-ESG 가이드라인을 통한 공시 체계 구축 중
일본은 ‘기술표준화’와 ‘자율규제’를 통해 글로벌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반면, 한국은 법제 중심의 강제 구조와 외부 규범 수용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결론: 한일 탄소정책, 방향은 같으나 경로는 다르다
일본과 한국은 동일한 탄소중립 목표를 공유하지만, 정책 설계 철학, 산업 대응 방식, 통상 규범 수용 전략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민간 자율과 기술선도 전략에 집중하며, 국제표준을 주도하려는 반면, 한국은 법적 강제력과 행정체계 중심의 신속한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의 기술표준 전략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자국 법제를 글로벌 인증과 호환 가능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일 간 탄소정보 상호인정, 기술 공동개발, ASEAN 대상 공동시장 전략 등에서 협력 공간이 존재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두 국가는 각자의 경로를 선택하고 있으며, 기업과 정책 당국은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고 상호 보완적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