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미국은 통상정책의 중심을 자유무역에서 산업안보·공급망 안정으로 전환하며 다양한 형태의 무역장벽을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진입 시 보조금 차별, 조달 제한, 수출규제 등 법·제도·기술적 장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 통상준법성과 현지화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1. IRA: 세액공제 중심의 산업보호형 보조금
- 전기차 보조금 조건: 북미 조립, FTA국 부품 사용
- 청정에너지 제품: 미국 내 생산 요건
- 영향: 한국차 보조금 제외, 배터리 조달 불확실성
- 대응: 북미 투자, 원산지 판정 시스템 구축
IRA는 단순한 산업육성법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의 핵심 수단입니다. 보조금 수혜 조건이 매우 구체적이고 기술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생산과 조립, 광물의 원산지까지 세밀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북미 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나, 중국산 리튬이 포함된 배터리는 IRA 보조금에서 배제됩니다. 따라서 수출기업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이런 기준을 반영하고, 원산지 추적관리와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병행해야 합니다.
2. Buy American: 조달시장 내 실질적 차별 구조
- 미국산 부품 비율 65~75%, 미국 내 최종조립 필수
- FTA 체결국도 우대 어려움
- 대응: 현지 법인·파트너 활용, BAA/TAA 인증 확보
Buy American은 단순히 ‘미국산 제품 우대’가 아닌, 외국 제품을 실질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법제화된 시스템입니다. FTA 체결국이라도 해당 법률의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하면 연방조달 참여가 제한되며,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최종 조립이 미국 내에서 이뤄졌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한국 기업이 우수한 품질을 갖고 있더라도 이 조항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술적 경쟁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미국 내 조립라인을 구축하거나, 미국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조달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3. 수출통제법과 CFIUS: 안보 명분 기술 통제
- EAR, Entity List, CFIUS 적용 확대
- 중국 연결된 한국 기업도 간접 규제 대상화
- 대응: ECCN 분석, 사전 면허 확인, 신고 시스템 구축
미국은 전략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광범위한 수출통제 체계를 운영하며, 한국 기업도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 미국 기술이 일부 포함된 제품을 제3국(특히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의 적용 대상이 되어 사전 면허를 받지 않으면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내 자회사 설립이나 인수합병 시에는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되며,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거래가 무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공급망의 투명성과 파트너의 성격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하게 만들며, 실질적으로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을 줄 수 있습니다.
4. 무역구제조치: AD/CVD와 세이프가드 적용 증가
- 유정용 강관, 화학제품 등 대상 확대
- 조사 탄력적 착수 → 가격·물량 큰 영향
- 대응: 원가자료 구축, 법률 대응 연계
미국은 반덤핑(AD), 상계관세(CVD), 세이프가드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주요 수출국 중 하나로, 미국 내 경쟁업체의 청원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조사 착수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조사가 시작되면 관련 기업은 방어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제품 수출 가격 책정 시 미리 마진율을 고려하고, 정형화된 방어자료 템플릿을 보유해 유사한 조치가 반복될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5. 기술표준·환경·노동 요건 등 비관세장벽 확대
- 탄소정보 공개, 강제노동 금지, 노조 요건 등 포함
- ESG 비공개 → 인증 및 조달 불이익
- 대응: ESG 보고, 공급망 실사 체계 구축
최근 미국은 기술적 요건을 넘어 환경, 노동, 인권 등의 가치 기반 요건을 무역정책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제노동 금지법(UFLPA)은 중국 신장 지역산 소재가 공급망에 포함되어 있다면 미국 통관이 거부될 수 있는 강력한 조치입니다. 또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 등에 적용되는 기술 인증 요건은 매우 세부적이며, 제품의 구성뿐 아니라 생산 방식, 인력 구조까지 검토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ESG와 통상이 결합된 ‘지속가능성 통상체제’로 전환됨을 의미하며, 수출기업은 기술개발뿐 아니라 공급망 윤리성 확보에도 투자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결론: 무역장벽 시대, 전략적 시장진입이 핵심이다
미국의 무역장벽은 더 이상 일회성 보호조치가 아닌, 제도화되고 상시화된 통상 전략입니다. 수출기업은 가격·품질 경쟁을 넘어, 규제 해석력, 인증 획득 역량, ESG 대응 수준, 현지화 전략 등 다층적인 전략 프레임을 갖추지 않으면 장기 생존이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수출기업은 이제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통상 리스크를 관리하고, 규범과 전략을 내재화하는 기업경영 체계를 정립해야 하며,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정보 제공, 제도 해석, 법률 지원을 통해 기업의 대응력을 제고시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