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석유화학 산업은 에너지 집약적 공정과 높은 배출 강도로 인해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큰 전환 과제를 안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특히 글로벌 수요가 지속되는 고부가 화학소재 중심 산업 구조 속에서, 배출 저감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산업 전반에서 요구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감축은 단순한 에너지 효율 개선을 넘어, 원료 전환, 연료 다변화, CCUS(탄소포집·저장), 공정 전기화, 순환경제 도입 등 전방위적 기술 혁신이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①산업 특성과 감축 과제, ②주요 기술 전략, ③국내외 기업의 대응 사례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감축 로드맵을 살펴봅니다.
1. 석유화학 산업의 배출 구조와 감축 과제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배출은 주로 Scope 1에서 직접 발생합니다. 나프타 분해(NCC)와 같은 고온 열분해 공정, 연료 연소, 수소 생산 등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또한 Scope 2의 전력 소비, Scope 3의 공급망 배출도 전체 배출량에서 무시할 수 없습니다.
① 주요 배출 공정
- 나프타 열분해(Naphtha Cracking):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 생산 과정에서 고온의 열(850도 이상)이 필요, 배출 집중
- 수소 생산: 스팀 메탄 개질(SMR)을 통한 수소 생산 과정에서 CO₂ 다량 발생
- 보일러·연소 시설: 공정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 대부분이 화석연료 기반
② 감축의 주요 장애요인
- 고온 공정 특성상 전기화 어려움
- 제품의 복잡한 밸류체인 → Scope 3 관리 난이도 높음
- 대체 원료·연료에 대한 상용화 기술 부족
결과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감축은 단기적 개선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과제입니다.
2. 핵심 감축 기술 및 전략
석유화학의 탄소감축은 크게 네 가지 기술축으로 접근됩니다: 공정개선, 연료전환, 원료전환, 탄소순환 기술 도입입니다.
① 공정 개선 및 전기화(Electrification)
- 열분해 공정의 전기화 시도: ‘e-Cracker’ 개발 (전기로 코일 가열 방식)
- 보일러·히터의 전기히터 전환 및 히트펌프 기술 적용
- AI 기반 공정제어를 통한 에너지 사용 최적화
② 연료 전환 및 수소 기반 전환
- 화석연료 → 블루수소 또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로 연료 교체
- SMR 공정에 CCUS 접목하여 ‘청정 수소’ 생산 병행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공장 운영 시범
③ 원료 전환 및 바이오 피드스톡
- 나프타 →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 전환 (바이오나프타)
- 재활용 플라스틱의 피드스톡화 (Chemical Recycling)
- 폐기물 기반 합성가스(Syngas) 기술 도입
④ 탄소포집(CCUS) 및 순환경제
- 배출되는 CO₂ 포집 후 화학적 전환(CO₂ to Methanol 등)
- CCS(탄소 저장소) 구축 통한 산업단지형 감축
-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재사용·재활용을 고려한 Life Cycle 설계
이러한 기술 전략은 독립적으로가 아니라,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플랜트 단위에서의 최적화와 함께 밸류체인 전반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3. 주요 기업들의 감축 대응 사례
① LG화학
- 2040 탄소중립 목표 수립
- 바이오나프타 기반 친환경 소재 개발 및 양산
- Scope 3 배출량 공개 및 공급망 ESG 평가 강화
② 롯데케미칼
- 2030년까지 온실가스 20% 감축 목표
- 청정수소 기반 NCC 실증 프로젝트 진행
- 화학재활용(Advanced Recycling) 기술 상용화 추진
③ BASF (독일)
- e-Cracker 공동개발 (SABIC·Linde와 협력)
- Scope 1,2,3 전체 감축 로드맵 수립 및 외부 감사
④ SABIC (사우디)
- CO₂ 기반 메탄올 생산 상용화 시도
- 수소 및 암모니아 기반 화학제품 연구 확대
이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CCS와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으며, ESG 공시를 통한 투자자 대응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결론: 탄소감축은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 전략
석유화학 산업은 탈탄소 전환이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기회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플라스틱, 바이오 원료, 재활용 기술, 청정수소 기반 공정 등은 차세대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탄소감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경영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자체 감축 기술 확보와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 정책 지원, ESG 금융 연계 전략을 통해 실질적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탄소감축은 단지 규제 대응을 넘어서,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핵심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