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탄소중립 경영과 지속가능성 보고가 기업의 필수 과제가 되면서, 탄소배출량 산정과 보고를 위한 ‘탄소회계(Carbon Accounting)’ 기준의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미국 중심)와 유럽(EU 중심)은 탄소회계 체계를 자국의 기후정책과 통상전략에 연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들은 수출 대상국에 따라 상이한 회계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북미와 유럽의 탄소회계 기준을 ①배출범위(Scope), ②산정방식 및 지침, ③공시 및 통상 연계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고, 한국을 포함한 수출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제시합니다.
1. 탄소배출 범위(Scope) 기준 차이
탄소회계는 일반적으로 Scope 1, 2, 3으로 구분되며, 미국과 유럽 모두 GHG Protocol을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적용 방식과 의무화 범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① 유럽: Scope 3까지 포괄적 보고 의무화
- 2024년부터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시행 → Scope 1~3 배출정보 공개 의무
- 전체 공급망(Upstream/Downstream) 배출량까지 포함
- 중소기업은 2027년부터 적용 예정
- CBAM과 연계 → 수입 제품도 간접배출량 보고 요구 가능
② 북미: Scope 1·2 중심, 3은 자율보고
-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 규칙: Scope 1·2 공시는 사실상 의무화
- Scope 3는 ‘중대한 경우 또는 투자자에 중대한 영향 시’ 보고 권장
- EPA, DOE 등 부처별 산정 기준 분산 운영 → 산업별 상이
- 캘리포니아 주법은 Scope 3 의무화 (2026년부터 단계 시행)
결론적으로 유럽은 탄소회계를 ‘규범화’하는 반면, 미국은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하며 유연성을 일부 유지하고 있습니다.
2. 산정 방식과 기술 기준 비교
탄소회계에서 배출량 산정 방식과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기준은 실질적인 부담 요인입니다. LCA, EPD, ISO 인증 등이 이에 해당하며, 북미와 유럽의 운영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① 유럽: 표준화된 LCA 기반 정량 산정
- ISO 14067, EN15804 기준을 따른 LCA(전 과정 평가) 기반 배출량 계산
- 제품 단위 환경제품선언(EPD) 발급이 주요 통상 기준
- 배출량 산정 시 배출계수(Default Emission Factors) 일괄 적용
- 검증기관(Verifier) 통한 제3자 인증 필수화
② 북미: 다양한 산정지침 및 산업 특화 기준
- 미국 GHG Reporting Program(EPA) → 산업별 산정 방법 존재
- 탄소배출량 산정에 자가 측정 및 추정 모두 허용
- 산업별 벤치마크 대비 탄소강도(Carbon Intensity) 활용 증가
- EPD는 UL Environment, NSF, SCS Global 등 민간기관 중심 발급
즉, 유럽은 탄소배출 산정을 ‘규격화된 절차’로 정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업종과 규모에 따라 ‘상황 기반 유연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3. 공시제도 및 통상정책 연계 차이
탄소회계는 단순한 환경경영 지표를 넘어, 기업의 시장 진입과 세제 혜택, 통상장벽 회피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료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자국의 무역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습니다.
① 유럽: CSRD·CBAM 등 강제적 공시 → 수입 규범화
- CSRD 대상 기업은 탄소배출량 포함 ESG 공시 필수
-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 철강·알루미늄 등 수입 제품에 탄소정보 의무화
- 공공조달에서도 탄소배출량 기반 평가 적용 중
- EU 택소노미와 연계 → ‘녹색경제활동’ 정의 기준화
② 북미: 자율공시 기조에서 점진적 의무화로 전환
- 미국 SEC의 기후정보 공시 규칙(2025년 시행 예정)
- 탄소배출량 외에도 기후리스크, 전략, 시나리오 기반 공시 요구
- 연방 조달계약(GSA 등)에서 저탄소 제품 우선구매 정책 확대
- Buy Clean Act 적용 → 특정 자재는 탄소정보 제출 요구
결론적으로 유럽은 '강제적 투명성'을 기반으로 공급망을 압박하는 구조이고, 북미는 투자자 중심 공시 → 조달시장 연계 → 공급망 확산의 순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결론: 회계 기준의 차이는 통상전략의 차이
북미와 유럽의 탄소회계 기준은 단순한 기술적 차이를 넘어, 정책 기조와 통상 전략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유럽은 공급망 전체에 ESG 책임을 부과하고, 정형화된 탄소정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수출기업의 비용과 절차 부담을 증가시킵니다. 반면 북미는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점진적 의무화와 자율공시 중심의 접근으로, 기업의 적응 유예 시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수출기업은 유럽과 북미의 회계기준을 병행 충족할 수 있는 탄소정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증기관 선택, EPD 표준 대응, Scope 3 산정 역량 확보를 통해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탄소회계는 이제 기업의 회계 기준이자, 글로벌 무역 질서의 핵심 규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