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희토류, 배터리, 청정에너지 분야는 양국의 경제안보와 산업패권 전략이 집중된 핵심 산업군으로, 기술적·지정학적·환경적 리스크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각각의 산업정책을 바탕으로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제조업과 수출입 흐름, 산업 기술표준 경쟁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공급망은 이제 단순한 물류 체계를 넘어 '안보, 통상, 기술, 외교'가 모두 결합된 복합 전략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1. 희토류: 중국의 독점 vs 미국의 탈중국화 전략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전기차, 풍력터빈, 반도체, 국방기술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로,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정제 및 자석 가공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 중국 전략: 희토류 채굴-제련-자석 제조의 전체 가치사슬을 국가가 통제하며, 수출쿼터 및 허가제로 외교·산업 지렛대 활용
- 미국 대응: 미국 내 매장지(예: 마운틴 패스) 개발 지원, 호주·캐나다·베트남 등 우방국과의 공급망 동맹 구축
- 기술투자: 미국은 제련 및 자석 제조 기술 확보에 집중하며, 민군 융합기술 중심의 국방 예산 투입
희토류는 원료 채굴만큼이나 환경 친화적 정제공정과 기술 내재화가 중요한 요소로, 미국은 기술독립과 환경 기준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가격경쟁력과 공급 조절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2. 배터리: 중국의 수직통합 vs 미국의 현지화 유도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 스마트기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부품으로, 광물 채굴-정제-셀 제조-모듈 조립에 이르는 전 주기적 공급망 통제가 중요합니다.
- 중국 전략: CATL, BYD 등 주요 기업이 아프리카·남미의 광산부터 셀 생산까지 수직통합 구조 확보
- 기술 경쟁력: 중국은 LFP(인산철) 배터리 기술 및 대량생산 인프라에서 경쟁 우위
- 미국 대응: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의 현지화 추진 – 북미 생산, FTA 국가 광물 요건
- 국제 연대: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등과 핵심 광물 협력 협정 체결 (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한국 기업들도 테네시, 조지아, 켄터키 등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며, IRA 보조금 요건 충족을 위한 현지화와 중국산 원자재 비중 축소가 병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가격과 생산 효율성을 앞세워 신흥국 중심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기술 규범과 보조금 혜택을 통해 '신뢰 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3. 청정에너지: 기술 주도권 경쟁과 정책적 보조금 전쟁
태양광, 풍력, 수소, 탄소포집(CCUS)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양국의 전략은 크게 다릅니다.
- 중국 전략: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풍력터빈 생산국으로, 저가 대량생산 및 국영기업 중심 확장 전략 지속
- 보조금 활용: 정부 금융지원과 R&D 보조금 중심. ‘일대일로’ 연계 개도국 인프라 시장 확대
- 미국 대응: IRA 기반 생산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확대. 미국 내 제조시설 유치 및 고용 창출 중심
- 탄소기준 강화: ESG, 탄소중립 목표와 연계해 고효율·친환경 제품 중심 시장 우선 확보 전략
미국은 기술표준, ESG, 노동기준 등 '규범 기반 공급망'을 앞세우며 유럽과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고, 중국은 비용 효율과 물량공급 중심의 전략으로 신흥국 및 글로벌 남반구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결론: 공급망 전략 경쟁의 글로벌 확산과 한국의 대응 방향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전략은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지정학적 경쟁, 기술표준 주도권, 안보 협력 체계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희토류는 통제와 자립, 배터리는 수직계열화와 현지화, 청정에너지는 가격경쟁과 규범경쟁이라는 구조 속에서 두 국가는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 직결됩니다.
한국은 중간재·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중국 양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병행해야 하는 복합적 입장에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적 산업별 리스크 평가, 공급망 다변화, 미국-중국 투자 및 기술 기준 분석을 통한 듀얼 트랙 전략이 필수이며, 정부의 외교·통상 지원과 민간의 민첩한 대응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경쟁은 더 치열하고 복합적으로 전개될 것이며, 기술주권과 ESG 역량 확보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