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22년 제정한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는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 제조업 부흥을 명분으로 대규모 세액공제 중심의 산업지원책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IRA는 보조금 지급 조건에 ‘북미 최종 조립’, ‘미국산 부품’, ‘FTA국산 광물’ 등 실질적 차별 요건을 부과하고 있어, 국제무역법상 위반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IRA의 구조와 조항을 정리하고, WTO 및 FTA 규범 위반 가능성, 보조금 해석, 공급망 및 글로벌 질서 변화, 정책적 시사점을 통합적으로 분석합니다.
1. IRA의 핵심 구조와 조건
IRA는 탄소중립 및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EV, 배터리, 청정에너지 제품에 대해 조세감면 형태의 보조금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기차 세액공제: 최대 7,500달러, 북미 조립 필수
- 배터리 요건: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FTA국 산 광물 및 부품 사용
- 청정에너지 설비 세액공제: 풍력·태양광 등 PTC, ITC 적용
- 노조 고용 및 고임금 등 미국 노동기준 반영
IRA는 직접적인 보조금이 아닌 조세법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생산 및 공급망 재편을 유도하는 정책형 무역장벽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2. WTO 및 FTA 규범과의 충돌
① 최혜국대우(MFN) 위반(GATT 제1조): IRA는 FTA국산 광물만 보조금 대상에 포함시키며, 비FTA국은 자동 제외되므로 차별적 대우가 발생합니다.
② 내국민대우(NT) 위반(GATT 제3조): 미국 내 유통되는 외국산 EV가 미국산과 동일한 기능·용도임에도 세액공제에서 배제되어 내국민대우 원칙에 어긋납니다.
③ SCM협정상 보조금 해당: 보조금은 특정 수혜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재정 기여이며, IRA는 특정 생산지(북미)와 특정 원산지(FTA국)에만 혜택을 제공하므로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이는 무역왜곡적 보조금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SCM협정 제5조와 제6조상 위법 논의가 가능합니다.
④ 환경보호 예외(GATT 제20조) 주장과 한계: 미국은 IRA가 환경보호 목적이므로 GATT 제20조 예외 적용 대상이라 주장할 수 있으나, 차별이 명백할 경우 해당 예외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⑤ 한미 FTA 위반 가능성: 한미 FTA 제2.2조(내국민대우), 제11장(조달시장), 제22장(보조금 및 국가기업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조세법이라는 명분으로도 FTA상 의무 회피는 어렵습니다.
3. 글로벌 공급망 재편 효과
IRA는 실질적으로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목적을 띠고 있으며, 그 효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 한국 기업(현대차, LGES 등)은 북미 내 조립·생산 투자 확대
- EU·일본·캐나다는 광물 협정 체결 또는 현지화 조정 추진
- 미국 중심으로 산업 공급망이 이동하면서 기존 글로벌 생산망 재조정
IRA는 단순한 보조금 정책을 넘어서 공급망 설계·기업 전략·해외직접투자 흐름까지 유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무역법의 적용을 넘는 구조적 통상환경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4. 통상법의 한계와 국제 규범 재정립 논의
IRA 사례는 WTO 체제가 현재 얼마나 기능이 약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상소기구 기능이 정지된 상황에서 미국은 WTO 판정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다자 규범의 권위를 훼손시킵니다.
이에 따라 EU, 한국 등은 WTO 내 SCM 규범 재해석, 환경보조금의 투명성, 상소기구 개혁 등을 주요 의제로 삼아 2025년 이후 WTO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IRA는 향후 보조금과 통상정책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글로벌 규범 재정립의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5. 한국의 대응 전략 및 시사점
- 법적 대응: WTO 및 FTA 해석 능력 강화, IRA 관련 통상법적 대응 시나리오 수립
- 정책 조율: 외교적 채널을 통한 협의 지속 + IRA 세부지침 수정 요구
- 산업 전략: 북미 내 합작법인 확대, 공급망 로컬라이징 강화
- 제도 설계: 국내 보조금·세액공제 정책이 WTO 및 FTA 규범과 부합되도록 설계 필요
정부 부처 간 협업체계를 통해 정책설계와 국제무역법 해석을 연계한 정책-법률 통합형 통상 대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향후 디지털세,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공급망법 등과 연계될 수 있는 글로벌 통상 전략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결론
미국 IRA는 통상정책, 산업보조, 기술안보가 융합된 새로운 유형의 법제이며, 형식은 조세정책이지만 실질은 전략적 무역장벽으로 작용합니다. WTO, 한미 FTA, SCM협정 등 기존 규범과 충돌하는 부분이 다수 존재하며, 글로벌 공급망과 통상질서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에 대응하여 법률적 해석, 외교적 조율, 산업정책적 유연성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능동적 통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IRA는 향후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