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미국과 한국 간 통상 관계는 긴밀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특히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양국의 통상 이슈가 핵심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산업 정책은 자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반면, 한국은 대미 수출과 투자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어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통상 환경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IRA 법안의 핵심 내용과 이에 따른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영향을 중심으로 미한 통상 현황과 과제를 정리합니다.
IRA의 구조와 한미 간 통상 갈등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2022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대규모 산업 및 에너지 정책법으로,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고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이 법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분야에 걸쳐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혜 대상은 미국 내 생산을 조건으로 합니다. 이 조항은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해외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며,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내 보조금 제외가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 시리즈는 2023년까지 보조금 대상이었으나, 2024년부터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 미충족으로 제외되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왔고, 일정 부분 완화된 세부 규정이 발표되었지만 근본적인 요건 완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안보 중심의 산업정책을 유지하려 하고 있고, 한국은 협상을 통해 유연한 기준 적용을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IRA는 한국 입장에서는 보호무역적 요소가 강하게 느껴지며, WTO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과 협력
미국은 2025년 기준 전기차 시장을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강력한 보호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산 전기차에 대해 연방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는 배터리 원산지 요건, 광물 채굴지 조건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온 대표 국가 중 하나입니다. 현대차, 기아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조지아주에는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이 2025년 완공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IRA 요건을 충족하고 보조금 혜택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단순 조립뿐 아니라 배터리 원재료의 북미 또는 FTA 체결국산 요건이 존재해,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도 이에 맞춰 원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광물의 사용을 줄이고,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지에서 원재료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내 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현지화 전략과 기술 차별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의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제공하며 전략적 동맹 차원의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 협력과 공급망 이슈
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저장장치, 국방, 우주산업에도 필수적인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 현재 배터리 공급망을 탈중국화하고, 북미 내 생산기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은 배터리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미국 내 대형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신설 중입니다. 포드,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과의 합작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배터리 원료 공급망입니다. IRA는 배터리 핵심 광물의 미국 또는 FTA 체결국 채굴·정제 비율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외 광산 지분 투자, 리튬·니켈·코발트 장기계약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기술 유출 방지 및 보조금 남용 방지를 위해 배터리 제조공정·소재·기술 데이터 보고요건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5년 현재 미국-한국 간 통상 이슈는 IRA를 중심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산업·안보 통합 전략으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에 맞서 현지화·협상·공급망 재편이라는 삼중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미국의 통상 정책에 전략적 민첩성을 발휘해야 하며, 장기적 협력 구도 속에서 기술·자원·제도적 경쟁력 강화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