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Act), Buy American 조항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산업보조금 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는 동맹국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조금은 미국 내 제조기지 복원과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WTO 보조금 협정(SCM Agreement)의 규범과 충돌할 소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보조금은 '무역왜곡성'을 지닌 것으로 지적되며, 특정국 제품을 사실상 배제하거나 외국 기업에 불리한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WTO 협정이 금지하고 있는 차별적 조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국 산업보조금의 구조를 살펴보고, WTO 규범 위반 가능성과 실제 통상 분쟁 사례, 주요국(한국 포함)의 대응 전략을 분석합니다.
1. 미국 산업보조금 정책의 핵심 내용
미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은 특정 산업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 지원을 통해 자국 내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2020년대 이후 다음과 같은 대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 전기차, 배터리, 청정에너지 등에 대해 세액공제 형태 보조금 지급
- 북미 조립, 미국산 부품·광물 조건 등 자국 중심 요건 존재
② CHIPS and Science Act
-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 시 보조금 및 세제혜택 제공
- 중국 등 특정국 기술 확산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 조항” 포함
③ Buy American 조항 강화
- 연방 조달에서 미국산 제품 의무화 비율 상향 (최대 75%)
- 외국산 제품에는 가격상 불이익 또는 입찰 제한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특정 조건을 충족한 미국 내 기업·투자자에게만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외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제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 WTO 보조금 협정(SCM Agreement)과의 충돌
WTO 보조금 협정(SCM)은 다음 세 가지 유형의 보조금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 금지보조금(Prohibited subsidies): 수출성과 조건 또는 국산제품 사용 조건을 전제로 한 보조금
- 조치가능보조금(Actionable subsidies): 무역왜곡을 초래하는 경우 대응 가능
- 비차별 보조금(Non-actionable subsidies): 일정 조건 하에 허용
미국 산업보조금의 위반 소지
- 국산사용 조건: IRA의 ‘북미산 광물’ 및 ‘미국 내 조립’ 요건은 명백한 국산사용 조건 부여 → 금지보조금에 해당할 소지
- 역차별 문제: FTA 체결국 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 미지급 → 최혜국대우(MFN) 원칙 위반 가능성
- 무역왜곡 유발: 미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은 타국 생산·고용에 부정적 영향 → 조치가능보조금 대상
결국, 미국 산업보조금은 WTO 협정에 따른 금지보조금 및 무역왜곡 보조금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으며, 이에 따라 통상 분쟁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통상 분쟁 사례 및 제소 움직임
2023년~2025년 사이, 미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에 대해 주요국과 EU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WTO 제소를 공식적으로 검토 또는 진행했습니다.
① EU vs IRA
- EU, 2023년 IRA에 대해 ‘심각한 역차별’을 이유로 WTO 제소 검토
- 이후 외교 협상을 통해 일부 보조금 적용 범위 확대 (EU산 광물 인정 등)
② 중국 vs CHIPS Act
- CHIPS법의 ‘중국 투자 금지 조항’은 기술 봉쇄 조치로 해석
- 중국은 2024년 WTO에 비공식 항의 및 통상보복 경고
③ 한국의 대응
- IRA 보조금 적용 제외 문제에 대해 한미 통상대화 지속
- 산업부 및 외교부 중심으로 FTA 내국민대우 위반 가능성 검토
이처럼 미국 산업보조금에 대한 법적 문제제기는 현실화되고 있으며, 향후 WTO 분쟁해결기구(DSB)에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4. 한국 기업 및 정부의 대응 전략
① 다자 통상협상 활용
- 한미 FTA 및 WTO 체제를 통해 차별 철폐 요구
- 공동성명,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우방국 연대 강화
② 투자 구조 최적화
- IRA 요건에 맞는 미국 내 조립·생산 체계 확보
- FTA 국가 간 원산지 인정 확대 통한 공급망 최적화
③ 법률 및 통상 자문 강화
- 보조금 수령 조건에 대한 법적 검토 및 이행 준비
- WTO 규범 및 SCM 관련 자문 체계 내재화
또한, 기업들은 미국산 원산지 기준 충족 여부, 중복보조금 수령 가능성, 라이선스 및 세액공제 충족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소를 사전에 검토하여야 하며, 정부는 장기적인 통상전략 속에서 WTO 개혁과 다자주의 복원을 위한 역할도 병행해야 합니다.
결론: 산업보조금은 새로운 통상전쟁의 전선
미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은 이제 단순한 경제 지원을 넘어, 글로벌 통상 질서를 뒤흔드는 주요 변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WTO 보조금 규범과의 충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주요국 간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미국의 보조금 제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통상외교와 민간 협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산업보조금은 기술패권과 시장주도권을 위한 수단이자, 향후 통상 분쟁의 핵심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