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범 이후, 미국의 공급망 전략은 단순한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보다 안보, 지정학, 기술 주권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크게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팬데믹과 미중 갈등을 거치며 확인된 '중국 의존 위험'을 해소하고, 아시아 전역을 포함한 전략적 공급망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탈중국(De-risking from China)’을 정책 기조로 삼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핵심 품목의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아시아 내 우방국과의 경제·통상 연대를 바탕으로 분산형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1. 탈중국 전략의 본격화: 기술·자원·제조 기반 독립 가속
2025년 현재, 미국은 단순히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체계적으로 낮추기 위한 구조 개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있습니다.
- 301조 관세 재강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핵심 광물에 고율 관세 부과 (최대 100%)
- 기술 수출 제한 확대: 고성능 반도체, AI 관련 기술 및 장비의 대중국 수출금지 확대
- CHIPS & IRA 법 연계: 보조금 수혜 기업의 중국 내 투자 및 기술이전 금지 조항 포함
- 연방 조달기준 개정: 중국산 원자재·부품 사용 시 미국 정부 입찰 자격 제한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수입대체 차원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자체를 중국 외 국가로 재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공급망 주권’의 확보로 규정하고 있으며, 주요 전략물자의 미국 내 생산 또는 우방국 연계 확보를 중점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2. 아시아 내 공급망 분산 전략: 인도, 베트남, 한국, 일본 중심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 내 민주주의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미국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고급 기술과 소재 부문의 파트너로 더욱 전략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아시아 공급망 분산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14개국과 디지털, 반부패, 공급망 안정 분야 협력 추진
- 한미 공급망 고위급 협의체 운영: 반도체, 배터리, 희귀광물, 국방소재 등 공동 대응
- 미일 기술동맹 심화: 반도체 설계·소재 분야에서 공동 R&D 및 기술표준 개발
- 베트남·인도 전략화: 미국 내 다국적 기업의 공장 및 조립 라인 이전 추진
미국 상무부는 ‘우호적 생산지(friendly-shoring)’ 전략을 통해, 중국이 아닌 파트너 국가 중심의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공급망을 설계하고 있으며, 이는 정치·외교·무역이 결합된 복합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배터리·반도체·AI 반도체 패키징 등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핵심 공급망 참여국으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3. 공급망 재편이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의 공급망 전략 변화는 단순히 정부 차원의 외교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투자와 생산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2025년 기준, 주요 산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배터리 산업: 한국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모두 북미 현지공장 확대 및 멕시코, 인도네시아 투자 검토
- 반도체 산업: 한국, 일본, 대만 기업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패키징 설비 투자 증가
- 제약·의료 산업: 미국 내 생산 라인 복귀 움직임과 인도·동남아 원료의약품 확보 강화
- 희토류 및 핵심광물: 호주, 캐나다, 한국 등과의 자원협정 체결 확대
한편, 이러한 공급망 재편은 기업에 기회이자 부담입니다. 미국 중심의 보조금 혜택과 세제 지원은 분명한 유인책이지만, 생산지 이전, 물류비 증가, 기술보안 조건 등 다양한 제약이 함께 따릅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산업별 맞춤형 지원정책과 기업과의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론: 탈중국을 넘어선 ‘신공급망 블록화’ 시대
2025년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은 단순한 중국 견제를 넘어, 글로벌 산업구조를 재정렬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중심이 되고, 아시아 내 우방국이 참여하는 신공급망 블록화로 진화 중이며, 국제통상과 외교정책이 깊게 연결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소재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공급망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맞춰 정부 차원의 외교 역량, 기업의 현지화 전략, 다자 협정 참여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단기적 대응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규칙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