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세계 주요 경제권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기후정책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화는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무역, 산업, 외교의 갈등 요인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보조금, 규제, 통상장벽 등이 충돌하면서 기존의 국제질서와 무역규범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중국, EU의 기후정책 구조와 접근 방식의 차이를 분석하고, 이들 간에 발생하는 규범 충돌의 양상을 통상·법제·산업 측면에서 정리합니다. 또한, 이러한 충돌이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함께 다룹니다.
1. 주요국 기후정책의 구조적 차이
각국은 자국의 산업구조, 정치체제, 경제전략에 따라 기후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기후목표는 유사하지만 이행 수단과 규제 구조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① 미국: 산업보호형 탄소정책
- 2025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탄소중립 목표는 유지하되 실행 전략 대폭 조정
-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내 보조금 정책 강화, 미국산 기준 확대
- 탄소정보 공개(Scope 3 등) 의무화 유예, 민간 자율 중심 재편
② EU: 규범 주도형 탄소정책
- EU ETS 강화, 탄소국경세(CBAM) 2026년부터 본격 적용
- ESG 공시 의무화(CSRD), 탄소배출 제품 규제 강화
- 환경기준을 통한 글로벌 통상규범 재편 시도
③ 중국: 전략적 이행형 기후정책
- 2060년 탄소중립 목표 설정, 석탄발전 감축과 신재생 확대 병행
- ETS(배출권 거래제) 시범운영 중, 산업 전반 확대 추진 중
- 기후 리더십보다는 외교·무역 갈등 회피 목적이 중심
이러한 세 국가의 정책은 탄소중립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있지만, 규제 우선순위, 이행 방식, 산업 보호 기조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 규범 충돌의 실태와 국제통상 파장
기후정책이 통상정책과 결합되면서 국가 간 규범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충돌 사례들입니다.
① CBAM vs IRA: 탄소가격화 vs 보조금 중심
- EU: CBAM을 통해 수입제품에 탄소가격을 부과 → WTO ‘환경예외’ 조항 활용
- 미국: 탄소세 부과는 없으며, IRA로 자국산 중심 보조금 제공 → 타국 차별 논란
- EU는 미국 IRA를 WTO에 제소 검토 중, 상호인정 협상 교착
② WTO 규범과의 충돌
- IRA 보조금은 특정국 제품 배제 구조 → 내국민대우(NT), 최혜국대우(MFN) 원칙 위반 소지
- CBAM은 탄소정보 산정 기준의 불균형으로 개발도상국 차별 가능성
- 중국은 EU와 미국 모두의 기후정책이 '비관세장벽'이라며 이의 제기
③ 인증·정보 공개 기준의 상이성
- EU: LCA 기반 제품별 탄소배출 정보 요구, 3자 인증 필수
- 미국: 공장 기준 또는 평균치 활용 → 간소화된 배출계산 허용
- 중국: 공시 의무 없음, 정부 주도 ETS 중심 구조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국제표준의 부재를 낳고 있으며, 중소기업이나 개도국 입장에서는 '다중 기준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3. 한국과 제3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과제
미·중·EU의 기후정책이 갈등적 양상으로 전환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수출 중심 국가들은 새로운 무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① 이중·삼중 기준에 대한 통합 대응 체계 구축
- CBAM, IRA, 중국 수출 관련 인증 체계를 각각 대응할 수 있는 DB 구축
- 국내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 체계(LCA 기반) 보완 필요
- Scope 1, 2, 3에 대한 탄소정보 관리 시스템 내재화
② 정부 간 통상외교 강화
- 한·EU, 한·미 탄소정보 상호인정 협정 체결 추진
- WTO 분쟁 대응 시 정부 차원의 외교적 백업 중요
③ 산업 구조 전환과 기술 투자 확대
- 탄소저감 기술·설비 도입에 대한 세액공제 및 금융지원 확대
- 수소환원제철, 저탄소 시멘트 등 핵심 공정기술 개발 지원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 투자 외에도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제도적 대응과 외교적 조율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 기후정책은 글로벌 통상의 새 질서다
미·중·EU의 기후정책 분화는 단순한 환경 전략의 차이를 넘어, 산업과 무역의 규범을 좌우하는 새로운 경쟁 구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조금, 탄소정보, 통상규범의 충돌은 향후 WTO 개혁, FTA 조항 개정, 다자협력 구조 재설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2025년을 기점으로 기후정책은 국가 간 ‘협력의 장’이 아니라 ‘표준 경쟁의 장’이 되었으며, 한국을 비롯한 수출국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민첩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강구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