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각국 정부는 탄소중립, 공급망 강화, 첨단기술 육성 등을 이유로 전례 없는 규모의 산업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보조금 규범의 공백과 충돌이 국제통상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IRA, EU의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 중국의 국유기업 보조 등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규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를 조율하기 위한 OECD, WTO, G7 차원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 보조금 규범의 현황과 주요 국가 간 갈등 지점을 짚고, 향후 규범 수립 논의의 방향성과 기업·정부의 대응 방안을 제시합니다.
1. 보조금 규범의 기존 틀과 현실의 괴리
WTO 체제는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SCM Agreement)을 통해 다음과 같은 보조금 규율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금지보조금: 수출성과 연계, 수입대체 조건을 붙인 보조금은 명시적 금지
- 상계가능 보조금: 특정 산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우 피해국이 상계관세 부과 가능
- 일반 보조금: 보편적 인프라 지원, R&D 등은 허용되나, 구체적 기준은 모호
그러나 2020년대 이후, 미국·EU·중국 등 주요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패권 경쟁을 이유로 각종 정책보조금을 대거 집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존 규범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 주요국 보조금 정책과 갈등 사례
2023~2025년은 글로벌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된 시기로 평가됩니다. 각국은 첨단 산업과 에너지전환 분야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상호 간 통상 분쟁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북미산 원료·부품 사용 조건을 붙여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에 세액공제 제공
- EU 그린딜 산업계획: 탄소중립 산업에 세금감면·직접지원 확대, 국별 허용 보조금 한도 완화
- 중국 산업보조금: 국유기업 중심의 직접 보조금과 비공식 금융지원 지속
주요 분쟁 사례:
- EU vs 미국: IRA의 차별적 보조금이 WTO 차별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EU의 주장
- 미국 vs 중국: 반도체·태양광 분야에서 중국 국유기업 보조에 대해 다수의 상계관세 부과
- EU vs 중국: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개시 (2023), WTO 제소 가능성 검토 중
이처럼 산업보조금이 새로운 무역 분쟁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 규범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공통된 글로벌 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3. 글로벌 협의체의 규범 논의 현황
보조금 규범 공백을 해소하고자 OECD, WTO, G7 등의 다자 협의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① WTO: 보조금 규범 재정비 논의
- 제13차 WTO 각료회의(MC13, 2024)에서 산업보조금 투명성 강화 및 반보조금 기준 검토 합의
- 비시장경제국(특히 중국)의 보조금 투명성 의무 강화 논의 진행 중
- 전자정보 공유 확대, 반보조금 조사 절차 개선 제안
② OECD: 반보조금 공동 기준 마련
- 디지털세 합의 후속으로, ‘친환경 보조금 분류체계(Green Subsidy Taxonomy)’ 논의
- 탄소감축 효과가 명확한 보조금과 보호주의적 보조금 간 구분 기준 마련 시도
- 공공자금의 국제 시장 왜곡 최소화 원칙 수립 논의
③ G7 및 다자 연합체:
- 2023~2025년 G7 정상회의에서 “공정한 보조금 경쟁” 원칙 채택
- EU·미국·일본 중심의 ‘보조금 투명성 협의체’ 가동 (Subsidy Working Group)
- 탈중국 공급망 정책과 연계된 산업정책 공조 논의 진행
이러한 흐름은 향후 ESG 기준, 탄소감축 효과, 공급망 내재화 여부 등을 반영한 새로운 ‘합법적 보조금’ 규범이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 보조금 경쟁 속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
2025년 이후의 글로벌 통상질서는 규범 부재 속 보조금 경쟁이 심화되는 과도기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해외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활용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보조금 관련 규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 WTO 및 OECD 중심의 규범 개편 논의에 적극 참여
- 해외 보조금 정보 모니터링 체계 강화 및 무역왜곡 효과 분석
- 국내 보조금 제도의 WTO 정합성 점검 및 개편
- 기업에 대한 보조금 이용 가이드 및 리스크 공지 강화
궁극적으로 보조금은 기술주권, 탄소중립, 산업안보 등 핵심 과제와 직결된 정책수단이지만, 국제 규범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규제와 경쟁, 협력과 견제의 경계선에서, 새로운 글로벌 보조금 질서를 모색해야 하는 전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