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로벌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바로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지침(SDDA: Sustainable Due Diligence Directive)입니다. SDDA는 기업이 전 세계 공급망에 걸쳐 인권침해, 환경파괴, 부패 등 ESG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방지할 책임을 법적으로 부여하는 규범으로, ESG와 통상법이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상징적 법안입니다. 미국의 UFLPA, 프랑스의 기업의무법, 한국의 ESG 공시 의무화 흐름까지 종합하면, SDDA는 글로벌 공급망에 연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SDDA 개요: 공급망 실사지침의 핵심 내용
SDDA는 EU가 2024년 최종 승인한 지침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 자사 및 하청, 하위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이는 단순한 CSR 수준의 권고를 넘어서, ‘실질적 위험 확인 및 시정조치 실행’까지 요구하는 법적 의무입니다.
적용 대상:
- EU 내 등록기업: 500명 이상 또는 연매출 1.5억 유로 이상
- EU 외 기업: EU 내 매출이 4천만 유로 이상인 기업도 적용 대상
핵심 의무 사항:
- ESG 리스크 식별 및 평가
- 실사 정책 수립 및 위험 시정 계획 마련
- 공급망 내 파트너 모니터링 체계 구축
- 영향 보고 및 이해관계자 소통
- 지속적 모니터링 및 공시
SDDA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위반 시 민사소송 책임이 발생하며, 기업은 공급망 파트너의 ESG 침해에 대해서도 일정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글로벌 수출기업에게 실질적인 법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SG 통상정책과의 연결: 미국, EU, 한국의 흐름
SDDA는 더 이상 ‘기업 윤리’의 문제가 아닌, 무역 접근권 및 수출 인증과 연결된 통상 이슈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22년 발효된 UFLPA(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를 통해, 공급망 내 강제노동이 의심되면 해당 제품의 수입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사례: UFLPA
-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태양광 부품 등은 강제노동 연루 추정
- 기업이 입증하지 못하면 미국 수출 통관 거부
EU의 SDDA는 이를 보다 광범위한 ESG 이슈로 확장한 것으로, 기후영향, 생물다양성 파괴, 인권침해, 부패 리스크 등까지 포괄합니다. 특히 EU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SDDA를 연계하여, 탄소배출이 과도한 생산공정이나 환경파괴 리스크가 있는 공급망에 대해 ‘무역 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2025년부터 자산 2조 이상 상장사에 대해 ESG 공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ESG 실사와 공시가 사실상 수출 조건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SDDA는 글로벌 ESG 통상규범의 중심으로 작용하며, 향후 디지털 실사 플랫폼, 공급망 블록체인 추적 등의 기술 기반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업 대응 전략: 실사 시스템과 계약 구조 개선
SDDA와 ESG 통상규범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보고서 작성 수준이 아니라, 공급망 계약 구조, 내부 통제, 제3자 실사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요구됩니다.
실무 대응 체크리스트:
- ESG 실사 정책 수립: 공급망 리스크 매핑, 국가·업종별 위험 수준 분석
- 계약상 책임 조항 강화: 하도급업체와의 계약에 ESG 준수 의무 및 위반 시 조치 포함
- 실사 플랫폼 구축: 디지털 문서 추적, 제3자 감사, 위험 감지 시스템 연동
- 보고 및 공시 체계 정비: SDDA 요구 양식에 맞춘 연간 실사 보고서 작성
특히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글로벌 완성차, 반도체, 의류 브랜드로부터 ESG 실사 요청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실사 미이행 시 납품계약 해지, EU 수출 제한, 미국 통관 거부 등의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 내부 ESG 리스크뿐 아니라 ‘하위 공급망의 리스크까지 연대책임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Tier 2~3 협력사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지역별 리스크 기반 계약 전략 수립이 필수적입니다.
결론적으로, SDDA는 단순한 윤리경영이 아닌, 글로벌 통상법적 대응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ESG 규범은 공급망 실사, 원산지 증명, 수출통관, 인증획득 등 전 영역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기업은 법무, 구매, CSR, 품질, 영업 부서 간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ESG 실사 결과를 사업 전략 및 통상 전략에 통합하는 ‘ESG 통상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